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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관계

부부싸움 화해하는 과학적인 방법 - 존 가트맨 박사

by 모던네이쳐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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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싸움은 왜 일어날까? 남편이 회식을 하고 늦게 와서? 아내가 잔소리가 많아서?

 

 존 가트맨 박사(Dr.John Gottman)는 47년간 3000쌍이 넘는 부부관계를 분석해온 전문가로,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이 "대화하는 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가트맨 박사는 이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성격, 가치관, 재산 등 여러 요인들을 분석했지만 결국 부부간 특정한 "대화 패턴"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이혼과 가장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대화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싶지만 이 특정 "대화 패턴"은 무려 94%의 확률로 이혼을 예측해준다.

 

존 가트맨 박사

 

대화 패턴

 

 이 이혼의 지표가 되는 "대화 패턴"은 다음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또 핸드폰만 보는 거야? 남들처럼 주말에 요리도 좀 하면 얼마나 좋아?" – 비난

 "아니 빨래도 다 접었잖아. 잠깐 쉬는 것도 안돼?" – 방어

 "고작 빨래 하나 했다고 큰소리치는 거야? 저녁에 요리, 설거지, 청소는 누가 할 건데" – 비난

 "이따 하면 되잖아. 아 잠깐 핸드폰 보는 거 가지고 정말 짜증 나네" – 방어

 "볼 때마다 정말 한심해서. 정말 너 같은 사람은 말도 하기 싫어" – 경멸

 "잘됐네. 더 이상 말 꺼내지 마 (방으로 들어간다)" – 담쌓기

 

 읽기만 해도 진저리가 나지 않은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말싸움 레퍼토리이다. 대체로 부정적인 대화 패턴은 비난-방어 구조가 반복되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자연스레 경멸과 담쌓기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대화가 부부간에 자주 발생하고 이를 잘 다스릴 줄 모른다면 이혼으로 향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역으로, 이러한 대화 패턴을 줄이려고 부부 모두 노력한다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부부가 함께 부정적인 대화 패턴을 인식하고 끊어내야겠다는 가치관이 확립될 때 개선이 된다.

 

 

1.  비난

 비난본인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상대방에게 탓을 돌리는 행동이다. 이 비난을 시작하지 않기 위한 핵심은 "본인의 만족되지 않은 욕구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 욕구가 파악되었으면 상대방을 탓하지 않고 "부드러운 언어로 부탁"을 해야 한다. 

 가령 저녁준비 대신 쉬고 싶다는 본인의 욕구가 파악되었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하면 된다. "오늘 다른 집안일 신경 쓸게 많아서 그런데, 당신이 요리를 좀 해주면 안 될까? 외식을 해도 좋고". 이같이 훨씬 부드러운 말로 본인의 욕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상황에서 적용 가능하다. 상대방이 저녁 식사를 책임지지 않는 경우,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경우, 약속을 깜빡한 경우 등 모든 상황에서 본인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이를 상대에게 올바르게 전하는 말을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 탓을 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부탁할 수 있다. 이는 설령 부탁이 거절당하더라도 상대방 탓을 하지 않고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욕구를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방어

 방어상대의 말을 인정하지 못하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행동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면 누구나 반사적으로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동시에 상대를 지적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방어적인 태도는 갈등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상대방과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의 말을 긍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잠시 쉬고 있는데, 배우자가 집안일을 다 하지 않았다고 나를 책망하면 당연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상대방의 말에 긍정하는 것도 가능한 옵션이다. “저녁에 요리해야 하는 게 신경 쓰였구나? 같이 신경 안 써주고 핸드폰 해서 속상했겠네, 그럼 지금 같이 얘기해보자”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그저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주는 것이 전부이다.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긍정해주는 말은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즉, 상대가 비난하더라도 그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긍정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또한 상대방의 욕구에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긍정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경멸

 경멸상대방이 나보다 못하다고 깎아내리는 태도이다. 여기에는 비꼬기, 조롱하기, 깔보기, 비웃기 등이 해당된다. 이는 정확히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4가지 독 중 가장 파괴적이다. 경멸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방법으로, 대화를 시작한 3분 내에 경멸을 사용한 부부의 경우 96%가 이혼한다는 결과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표이다. 또한, 상대 배우자가 4년 내에 얼마나 많은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는지도 예측할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심각한 피해를 준다.

 경멸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나타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마치 콩깍지가 씐 것처럼 상대방의 사소한 것들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행복한 부부의 대화를 분석해보면 긍정과 부정의 비율은 5:1 정도로, 긍정적인 대화의 양이 부정적인 대화의 양을 압도한다. 의식적으로 배우자의 행동을 긍정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연습해보자. 가령 "빨래 다 접어줘서 고마워", "당신과 주말에 함께 시간 보낼 수 있어 기분 좋다" 등 말을 먼저 꺼낼 수 있다. 

 

 

4.  담쌓기

 담쌓기는 보통 경멸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며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바쁜 척하기, 못 들은 척 하기, 돌아서기 등의 행동이 그 예시이다. 담쌓기는 부정적인 감정이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을 때 사용하게 되며 이는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다. 이렇게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담쌓기 대신 Time out을 사용해야 한다. Time out은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20분 정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건설적인 대화를 하자는 약속을 의미한다. 이때 싸운 내용을 곱씹거나 다른 자극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던지 동네를 걷는 등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을 하고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면 된다. 

 언쟁이 오가며 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면 문을 쾅 닫는 대신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지금 서로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잠시 Time out을 가지고 이따가 다시 대화하자.”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무슨 일로 싸웠는지도 잘 생각이 안 나고 그저 화해하고 싶은 경험 말이다. Time out은 이 같은 상황을 바람직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또 핸드폰만 보는 거야? 남들처럼 주말에 요리도 좀 하면 얼마나 좋아?" – 비난

>> "오늘 다른 집안일 신경 쓸게 많아서 그런데, 당신이 요리를 좀 해주면 안 될까?" – 부탁

 

 "아니 빨래도 다 접었잖아. 잠깐 쉬는 것도 안돼?" – 방어

>>  “저녁에 요리해야 하는 게 신경 쓰였구나? 같이 신경 안 써주고 핸드폰 해서 속상했겠네” 책임

 

 "볼 때마다 정말 한심해서. 정말 너 같은 사람은 말도 하기 싫어" – 경멸

>> “빨래 다 접어줘서 고마워” – 감사

 

 "잘됐네. 더 이상 말 꺼내지 마 (방으로 들어간다)" – 담쌓기

>> “지금 서로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잠시 Time out을 가지고 이따가 다시 대화하자.”– Time out

 

 

 관계를 망치는 4가지 독은 모두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 우리는 보통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 생각이 옳다고 설득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끊임없이 근거를 들지만 이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당신의 입장이 옳다고, 그럴 수 있다고, 당신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고, 당신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밖에 없다. 놀랍게도(?) 모든 사람은 자신을 탓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고 타협을 하지만 자신을 짓누르는 사람은 몇 배로 앙갚음할 뿐이다. 

 

 그렇다면 부부싸움을 화해하기 위해서 이 방법을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방어적이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먼저 타인의 관점을 긍정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어제 요리해달라는 부탁 안 들어줘서 조금 속상했지? 다음엔 잘 들어줄게", "맞아, 그런 말 들으면 기분 충분히 나빴을 것 같아. 내 행동이 사려 깊지 못했어", "다른 집안일 도와줬던 거 고마워" 이렇게 대화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며 부정적인 대화에 빠지지 않도록 부드러운 부탁, 상대방 의견의 긍정하기를 사용해보자.

 

 비난하는 말 대신 부탁하는 말을 하고, 탓하는 말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을 칭찬해주고, 감정은 쉬어가며 다스려보자.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책임 지고 대응하다보면 어느새 상대방의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성을 가진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